에어컨 밑으로 물이 조금씩 비치더니 결국 바닥까지 젖어버렸다

벽걸이 에어컨 본체 아래로 번지던 미세한 물기

올여름 유난히 습하고 더웠던 날씨 때문에 에어컨을 거의 24시간 내내 켜두다시피 했습니다. 용인 기흥구에 있는 오래된 빌라로 이사 온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 되었는데, 거실에 옵션으로 설치되어 있던 위니아 벽걸이 에어컨이 작동 중에 갑자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처음에는 본체 송풍구 주변에 단순한 이슬이 맺히는가 싶더니,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에어컨 바로 아래 벽지를 타고 물이 축축하게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바닥 매트까지 물이 떨어져 젖어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머리가 하얗게 비었습니다. 젖은 벽지가 마르면서 곰팡이가 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혹시 아래층 베란다 천장으로 누수가 번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에어컨 물 떨어짐 현상은 흔한 일이라는데 막상 내 눈앞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공식 서비스 센터 예약 대기만 열흘이 넘는다는 대답

우선 제조사 공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중순이라 그런지 통화 연결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기 음악만 한참을 듣다가 겨우 연결된 상담원은 현재 수리 접수가 밀려 있어서 용인 지역은 기사님 방문까지 최소 열흘 이상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주었습니다. 당장 오늘 밤도 더워서 잠을 못 자는 상황인데 열흘을 기다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에어컨 아래에 세숫대야를 받쳐두고 써볼까도 생각했지만, 물이 똑바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비스듬하게 벽면을 타고 흘러내려서 대야로 받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혹시 냉매 가스가 부족해서 실내기가 얼었다가 녹으면서 물이 새는 건 아닌지, 아니면 배관 자체에 균열이 생겨 배관용접 같은 큰 공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온갖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사설 에어컨 수리 업체를 부르고 기다리던 시간

결국 공식 서비스는 포기하고 사설 에어컨청소업체나 사설 수리점을 개인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 용인에어컨수리를 검색해 보니 여러 업체들이 나왔는데,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광고 같아서 크게 신뢰가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중에서 동네 커뮤니티에서 그나마 불친절하다는 평이 없고 연락이 바로 닿은 사설 업체 기사님 한 분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기사님은 다행히 이틀 뒤 저녁 시간에 잠깐 짬을 내어 방문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출장 점검 비용과 간단한 배수 라인 점검 비용으로 기본 8만 원 정도를 부르셨고, 만약 뜯어보았을 때 부품 교체나 가스 충전이 추가되면 비용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습니다. 공식 센터보다 비용 지출이 확실치 않아 망설여졌지만 당장 더위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기에 예약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받이 판 오염과 배수관이 막혀서 생긴 일시적 현상

이틀 동안 에어컨을 전혀 켜지 못하고 선풍기 한 대로 버티다 보니 집안 공기가 찜찜함 그 자체였습니다. 약속된 날 기사님이 공구 가방을 들고 방문하셨고, 에어컨 플라스틱 겉 커버를 뜯어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안쪽을 플래시로 비춰보니 먼지와 정체 모를 찌든 때가 뭉쳐서 물이 흘러내려 가야 하는 얇은 물받이 판 구멍을 꽉 막고 있었습니다. 기사님 설명으로는 먼지가 물기랑 뭉쳐서 점성 있는 슬러지가 되면 물길을 막아 배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 안쪽 본체로 역류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기사님이 가져오신 세척 장비와 긴 와이어를 이용해 배수관을 뚫는 작업을 한 지 40분쯤 지나자 베란다 외부 배수관으로 고여 있던 탁한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배관 설치 각도도 약간 수평에 가깝게 누워 있어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라인을 새로 잡아야 하는데 그러면 일이 커진다고 하셔서 그냥 뚫는 작업만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수리 이후에도 가동할 때마다 들리는 미세한 물소리

작업이 끝나고 기사님이 돌아가신 뒤 에어컨을 다시 가동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본체 밑으로 뚝뚝 떨어지던 물방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에어컨을 켜두면 본체 내부에서 쪼르륵하며 물이 작게 흘러내리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소음 때문에 묻혔던 건지 아니면 청소한 이후에 생긴 소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에어컨을 끄고 나서도 한 시간 동안은 내부에서 미세한 물 소리가 계속 나서 여전히 신경이 쓰입니다. 벽지는 다행히 말라가고 있지만, 배관 각도가 불완전하다는 기 기사님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조만간 또 막혀서 물이 넘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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