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에어컨 곰팡이 냄새 때문에 괜히 뜯었다가 고생한 이야기
무풍에어컨 곰팡이와 마주한 날
올해는 유독 더위가 빨리 온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6월 초부터 벌써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니 에어컨을 안 켤 수가 없었다. 작년에 쓰던 삼성 무풍에어컨을 리모컨으로 조심스럽게 눌러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쿰쿰한 냄새가 거실 전체로 퍼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곰팡이 냄새인가 싶어 일단 전원을 끄고 앞면 패널을 살짝 열어보았다. 안에 들여다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무풍 구멍마다 거뭇거뭇한 게 잔뜩 껴있는데, 보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더라. 이걸 20만 원 넘게 주고 삼성케어서비스를 불러야 하나, 아니면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직접 뜯어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 손으로 해보기로 했다. 참, 그때 왜 그런 무모한 결심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이해가 안 된다.
시작은 좋았으나 부품 조립에서 막히다
벽걸이에어컨 정도는 예전에 청소해 본 적이 있어서 자신만만하게 드라이버를 집어 들었다. 시스템에어컨 설치업체 하시는 분들 영상 보면 진짜 뚝딱뚝딱하시던데, 막상 해보니 나사 위치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특히 무풍 패널은 일반 에어컨이랑 구조가 달라서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다. 부품 하나 잘못 건드리면 센서가 나간다는 말이 생각나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나사를 하나씩 풀었다. 그렇게 패널을 떼어내니 그 안쪽의 에바(열교환기)가 보였다. 에바는 차마 건드릴 엄두가 안 나서 그냥 물티슈로 슥슥 닦아내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부품을 다시 조립하려고 보니 나사 하나가 굴러다니는데 이게 어디서 빠진 건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결국 아내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한 시간 넘게 씨름했다. 안양에어컨설치 하시는 분들은 이런 걸 하루에 몇 개씩 하시는 걸 텐데 정말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냄새는 잡았나 싶었는데 여전히 찝찝함
어찌어찌 조립을 끝내고 에어컨을 다시 돌렸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곰팡이를 닦아내니 냄새는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찬바람은 아주 잘 나오는데, 이상하게 기계 안쪽 어딘가에서 여전히 미세하게 쾌쾌한 냄새가 섞여 나오는 느낌이었다. 비용을 아끼겠다고 직접 나선 건데, 3시간 동안 온몸에 땀을 흘리고 나니 이게 잘한 짓인가 싶었다. 차라리 전문 업체 불러서 깔끔하게 싹 청소하고 에바까지 약품 세척을 받았으면 시간도 아끼고 훨씬 더 쾌적했을 텐데 말이다. 다음에는 진짜 그냥 속 편하게 맡길 생각이다. 이게 몸이 고생하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라니 참 미련하다.
에어컨 관리의 늪에 빠진 기분
한번 이렇게 고생하고 나니까 이제는 에어컨 끄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예전에는 그냥 전원만 탁 끄고 끝냈는데, 지금은 자동 건조 기능을 10분이나 20분으로 설정해두고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아 한참을 더 지켜보게 된다. 가전제품 하나를 제대로 유지하는 게 이렇게 번거로운 일이었나 싶다. 요즘은 집수리니 뭐니 해서 자꾸 집에 손댈 일이 많아지는데, 에어컨까지 이러니 여름이 오는 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비슷하게 고생한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시스템에어컨 청소는 한번 받으면 2년은 간다니 그때는 정말 전문가를 부르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지금은 그냥 기계가 덜덜거리지 않고 시원한 바람만 잘 나와주길 바랄 뿐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 한 적 있는데, 특히 무풍 에어컨은 구조가 복잡해서 예상 못한 부분에서 꼼짝 못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