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에서 나는 묘한 비린내 때문에 주말을 다 날렸다
갑자기 시작된 쿰쿰한 냄새의 정체
분명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던 에어컨이었다. 6월 중순쯤 날이 슬슬 더워지길래 삼성 무풍 벽걸이 에어컨을 켰는데, 바람이 나오자마자 묘한 비린내가 확 올라왔다. 이게 곰팡이 냄새 같기도 하고, 뭐랄까 젖은 걸레를 차 안에서 말리는 그런 냄새랑 비슷했다. 처음에는 ‘금방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창문 다 열어두고 한 시간 정도 그냥 틀어놨는데, 냄새는 사라지기는커녕 집 안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다들 필터 문제라고 하길래, 당장 올라가서 필터를 꺼내봤다. 필터 자체는 그렇게 더럽지 않았다. 먼지를 털어내고 물로 씻어서 바짝 말려 다시 끼웠는데, 아뿔싸. 냄새는 그대로였다.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필터가 문제가 아니라면 결국 내부라는 건데, 전문가를 부를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일단 셀프 청소용으로 나온 에어컨 세정제를 덜컥 사버렸다.
마트에서 산 세정제로 해결될 줄 알았지
에어컨 크리너라고 적힌 스프레이를 몇 통 샀다. 가격은 개당 8,000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세 통이나 샀으니 거의 2만 원이 넘었다. 아예 전문 업체를 불렀으면 8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을 텐데, 괜히 돈 아껴보겠다고 고생을 자처한 꼴이었다. 핀 코일 사이사이에 액체를 뿌리고 30분 정도 방치하라는 설명서를 따라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좁은 틈새에 액체가 잘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뿌리다 보면 바닥으로 줄줄 흐르는데 그게 또 가구에 튈까 봐 비닐을 치고 테이프를 붙이느라 한참 걸렸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이게 에어컨 비린내를 잡는 건지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한 시간 정도 닦고 말리고를 반복했다. 다시 작동을 시켰을 때 잠시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됐다!’ 싶었는데, 딱 10분 지나니까 다시 그 특유의 비린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허탈했다.
청소연구소나 전문 업체를 기웃거리게 되는 이유
결국 유튜브를 찾아보고 별짓을 다 했다. 에어컨 송풍구 안쪽을 칫솔로 닦아보기도 하고, 젓가락에 물티슈를 감아서 쑤셔보기도 했다. 그런데 깊숙한 곳에 있는 검은 점들, 그러니까 곰팡이 같은 것들은 도저히 닿지가 않았다. 이럴 때 청소연구소 같은 곳을 통해서 에어컨 청소를 예약하는 사람들이 왜 많은지 뼈저리게 느꼈다. 단순히 겉면만 닦는 게 아니라 분해를 해야 제대로 청소가 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 손으로 나사를 하나씩 풀자니 겁이 났다. 나중에 다시 조립할 때 나사가 남으면 어떡하나, 센서라도 건드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에어컨 실외기까지 체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벽지 뒤쪽으로 결로가 생겨서 냄새가 나는 건지 알 방법이 없으니 불안감만 커졌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지금은 그냥 냄새가 조금 덜 나길 바라면서 무풍 모드를 꺼두고 있다. 냉방을 강하게 틀어서 냄새가 날아가길 기다리는 건데, 이것도 전기세 걱정 때문에 오래 못 한다. 어제는 낮에 3시간 정도 풀가동을 했는데, 비린내는 여전했다. 어쩌면 이게 단순히 청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요즘 같은 날씨에 에어컨 냄새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던데, 다들 어떻게 참는 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공기청정기도 같이 돌려봤다. LG 공기청정기를 에어컨 옆에 딱 붙여놨는데, 미세먼지 수치는 정상인데 냄새는 전혀 못 잡아준다. 결국 냄새의 근원지는 내가 건드릴 수 없는 곳에 있는 게 분명하다. 조만간 그냥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확실한 곳을 불러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주말 이틀을 에어컨 앞에서 끙끙대며 보내고 나니, 차라리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가장 싼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아직도 해결된 게 없어서, 내일은 또 냄새가 날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다.

송풍구 청소 진짜 꼼꼼하게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복잡하더라구요. 핀 사이 공간이 너무 좁아서 칫솔로 제대로 닿지도 않았어요.
세정제 쓰느라 시간 엄청 썼네요. 좁은 틈새 청소는 정말 곤욕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