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는데 에어컨 바람이 미지근해서 결국 사람을 불렀다
어쩌다 보니 시작된 에어컨과의 씨름
올해는 유독 여름이 빨리 찾아오는 기분이다. 며칠 전부터 거실 캐리어 에어컨을 틀었는데, 설정 온도를 18도까지 내려도 영 시원한 바람이 나오질 않았다. 처음에는 필터가 문제인가 싶어서 커버를 뜯어내 물세척을 싹 했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길래 이걸 닦아내면 바로 찬바람이 쌩쌩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한 시간이 지나도 실외기는 돌지 않고 미지근한 송풍만 계속됐다. 작년 여름 끝물에 썼을 때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 멍하니 리모컨만 만지작거렸다.
냉매 부족인가 싶어 일단 전화를 돌렸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냉매가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글이 수두룩했다. 사실 3년 전쯤 이사 올 때 중고로 산 거라 설치 기사님이 가스 충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나가듯 말했던 게 기억났다. 강남 근처에 사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동네 에어컨 가스 충전 업체를 찾아서 연락해보라고 했다. 검색 창에 에어컨 당일 설치나 냉매 충전을 쳐보니 업체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걸려니 어디가 사기꾼이고 어디가 양심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친구가 에어컨 최저가라고 해서 샀다가 설치비로 70만 원 가까이 뜯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더 덜컥 겁이 났다.
견적을 듣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두세 군데 전화해서 가격을 물어봤는데 부르는 게 값이었다. 어떤 곳은 기본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라 했고, 또 어떤 곳은 배관 길이를 봐야 한다며 출장비까지 합쳐서 15만 원을 부르기도 했다. 그냥 가스만 좀 채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누설 부위 확인’이나 ‘진공 작업’ 같은 단어가 튀어나오니까 머리가 아팠다. 사실 기계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게 진짜 필요한 작업인지, 아니면 말만 복잡하게 해서 돈을 더 받으려는 건지 구별할 방법이 없다. 그냥 더위를 참느니 일단 기사님을 부르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유튜브를 뒤져봐도 결국 에어컨 배관 자재나 게이지 같은 장비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사님 방문 후의 묘한 찝찝함
오후에 약속을 잡고 기사님이 방문하셨다. 오시자마자 실외기 쪽을 보더니 배관 연결 부위에서 미세하게 냉매가 새는 것 같다고 했다. 수리비랑 충전 비용을 합쳐서 12만 원 정도를 청구받았다. 냉매는 원래 순환형이라 어딘가 새는 구멍을 찾지 않으면 계속 빠져나갈 거라며, 지금 당장 가스를 채워도 내년이면 또 이럴 수 있다고 했다. 말은 다 맞는 말 같은데, 돈은 돈대로 나가고 근본적인 원인은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어 영 개운하지 않았다. 기사님은 가스를 주입하고 실외기가 돌아가는 걸 확인해주고 가셨지만, 다음 여름에도 또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나 싶은 걱정이 앞섰다.
결국은 그냥 더위를 좀 덜 타는 쪽을 택하기로
에어컨이 다시 시원해지긴 했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하지만 에어컨을 켤 때마다 이게 언제 또 미지근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든다. 누군가는 냉매 누수 부위를 완전히 찾아서 고쳐야 한다고 하지만, 그 비용이면 차라리 새 제품을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가전이라는 게 다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낡은 모델을 붙들고 씨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올해 여름은 이걸로 버티기로 했지만, 내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다 뜯어내고 새로 설치를 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시원해지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불편했던 기억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 같다.

전혀 공감해요. 냉매 새는 문제 해결은 정말 복잡하게 느껴지네요, 비용도 만만찮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