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청소로 버텨보려다 결국 거실 에어컨을 전부 뜯어내야 했다
거실 엘지 스탠드 에어컨에서 나기 시작한 퀴퀴한 바람 냄새
지난달 중순쯤이었나, 갑자기 계절이 바뀌면서 날씨가 훅 더워져서 거실에 있는 엘지 스탠드 에어컨을 오랜만에 켰다. 처음 한 5분 정도는 찬 바람이 기분 좋게 나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퀴퀴한 냄새가 거실 전체로 퍼졌다. 작년 여름 끝날 때 나름대로 먼지 거르는 필터도 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바짝 말려두고, 전용 커버까지 씌워서 보관해 놨는데 대체 어디서 이런 걸레 덜 마른 것 같은 냄새가 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예전에 작은방에 쓰던 위니아에어컨필터 교체할 때처럼 대충 물로 헹구고 먼지만 털어내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번 스탠드 가전은 크기부터가 달라서 그런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에어컨 송풍구 날개 틈새로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보니까 안쪽에 시커먼 먼지 덩어리랑 거뭇거뭇한 점들이 빽빽하게 박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게 전부 곰팡이 덩어리라는 걸 직감하는 순간 머리가 다 아팠다. 인터넷 글들을 찾아보니 에어컨 내부에 곰팡이가 피어 있으면 바람을 타고 포자가 온 집안에 날아다녀서 호흡기에도 안 좋고, 심하면 가구 뒷면이나 구석진 곳 장판곰팡이 번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길래 심각성이 확 와닿았다.
필터 청소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던 에어컨 내부의 곰팡이
처음에는 어떻게든 사람 부르는 비용을 아껴보겠다고 마트에 가서 에어컨 세정 스프레이를 대용량으로 두 통이나 사 왔다. 겉에 보이는 플라스틱 날개 부분을 물티슈로 닦아내고, 스프레이 노즐을 길게 빼서 안쪽 쇠로 된 냉각핀 부분에 열심히 뿌려댔다. 독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해서 베란다 문을 다 열어놓고 서큘레이터까지 풀가동해가면서 난리를 피웠다. 그런데 뿌릴 때만 잠깐 독한 레몬 향 같은 화학 약품 냄새가 강하게 나더니, 약품이 마르고 난 뒤에는 시큼한 썩은 냄새에 그 이상한 약품 인공 향이 섞여서 머리가 더 어지러울 정도로 괴상한 악취가 났다. 마침 최근에 옆 동네로 이사한 회사 동료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도 예전에 그렇게 하려다가 결국 기계 망가뜨릴 뻔했다면서 혀를 찼다. 그 동료는 예전에 카페청소업체 부를 때 천장형 에어컨 클리닝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전용 장비 없이 겉만 대충 닦으면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수분과 결합한 먼지 진흙들은 그대로 굳어서 오히려 냄새가 더 지독해진다고 겁을 줬다. 괜히 좁은 틈새에 칫솔을 억지로 집어넣고 냉각핀 쇠 날을 긁어내려다가 손가락만 뾰족한 쇠에 긁혀서 피가 나고 나니, 내 수준에서는 더 이상 만지면 기계만 망가뜨리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광명시 사설 업체 예약과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에어컨청소비용
결국 전문 업체를 부르기로 마음을 먹고 스마트폰으로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단지 근처로 광명시에어컨청소 전문 업체를 위주로 찾아봤는데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온 글들은 죄다 비슷비슷한 광고성 포스팅이거나 깔끔하게 정리된 예약 유도 글이라 어디가 진짜 잘하는 곳인지 골라내기가 무척 피곤했다. 몇 군데 문자로 견적을 물어보니 엘지스탠드에어컨청소 완전분해 기준으로 보통 15만 원에서 18만 원 수준의 금액을 불렀다. 예전에 친가에 계신 어머니가 부산세탁기청소 부르셨을 때 출장비 포함해서 8만 원 정도 지불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에어컨 청소 가격이 왜 이렇게까지 비싸야 하는지 조금 납득이 안 가기도 했다. 그래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나마 커뮤니티에서 실사용자 댓글이 달려 있던 사설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벌써 날씨가 더워져서 예약이 밀려 있는 탓에 통화한 날로부터 나흘 뒤 평일 오후 시간대로 겨우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연차를 쓰기는 너무 아까워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부랴부랴 집으로 와서 대기했다. 성남에어컨청소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다가 최근에 이쪽 지역으로 넘어오셨다는 기사님은 예정된 시간보다 한 15분 정도 늦게 도착하셨는데, 길 찾기가 헷갈려 헤맸다며 연신 미안해하셨다. 양손 가득 커다란 고압 세척기랑 파란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계신 모습을 보니 늦은 거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애매했다.
욕실을 오가며 진행된 에어컨고압세척 작업과 예상치 못한 소음
작업은 거실 바닥에 큼지막한 방수 매트를 까는 것부터 시작됐다. 기사님은 십자드라이버와 전동 공구를 꺼내서 에어컨 앞판의 복잡한 나사들을 척척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리 배선들과 기판 콘센트들을 거침없이 뽑아내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가 괜히 유튜브 동영상만 보고 야매로 셀프 분해를 시도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만약 혼자 뜯다가 나사 하나라도 부러뜨리거나 선을 잘못 건드렸으면 나중에 가을에 이사 갈 때 들어갈 삼성에어컨이전 설치 비용보다 훨씬 큰 돈을 수리비로 날려 먹었을 것이 뻔했다. 완전히 알몸이 된 에어컨 내부의 송풍팬과 냉각판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더러웠다. 알루미늄 판 틈새마다 끈적끈적한 회색 먼지와 함께 거뭇한 곰팡이가 코팅된 것처럼 두껍게 쌓여 있었다. 기사님은 에어컨 본체 주변에 투명한 비닐 깔때기 같은 방수 가방을 씌우고 아래쪽에 커다란 물통을 받치더니, 욕실 수전에 호스를 연결해 에어컨고압세척 작업을 개시했다. 쉭쉭거리는 요란한 모터 소리와 함께 욕실 문틈으로 강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세척을 시작하자마자 비닐 깔때기 아래로 잉크를 풀어놓은 것처럼 새까만 물이 흘러내리는데,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저 시꺼먼 바람을 거실에서 그대로 쐬고 있었다니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욕실을 작업 공간으로 쓰다 보니 화장실 타일과 세면대 사방에 미세한 검은 물방울들이 튀어 있는 걸 보았을 때는 속으로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깨끗해진 송풍구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찜찜한 잔향
모든 부품을 다 뜯어서 세척하고 다시 역순으로 조립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2시간 반 정도였다. 조립이 끝난 후 작동을 시키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서는 다행히도 그 찌르는 듯한 걸레 냄새나 시큼한 향은 전혀 나지 않았다. 송풍구 안쪽을 기사님이 건네준 작업등으로 비춰보았을 때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해진 금속 냉각핀이 그대로 보여서 육안상으로는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기사님이 철수하고 난 뒤 거실 바닥을 걸레로 닦다 보니 방수 매트를 깔아둔 가장자리 틈새로 흘러내린 먼지 섞인 물자국이 몇 군데 남아 있었고, 욕실은 타일 줄눈 사이사이에 검은 시멘트 물줄기 같은 먼지 흔적이 내려앉아 결국 한동안 락스 세제를 뿌려 솔질을 다시 해야 했다. 15만 원이 넘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았지만, 완벽하게 기분 좋은 깔끔함이라기보다는 집안 곳곳을 정리해야 하는 귀찮은 일거리가 새로 생긴 느낌에 가까웠다. 게다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에어컨을 처음 켤 때 송풍 모드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특유의 차가운 쇠 냄새 같은 잔향이 아주 사라지지 않아, 이게 정상적인 상태인 건지 아니면 속에서 아직 곰팡이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건지 계속 긴가민가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매년 여름이 올 때마다 이 비싸고 번거로운 일련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무거워진다.

유튜브 영상 보고 셀프 청소하려다 얼마나 난감했을지 상상이 되네요. 덕분에 전문가 불러서 제대로 맡겼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