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에어컨의 소음과 먼지를 견디는 일
처음 샀을 때의 막연한 기대감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좁은 자취방에 벽걸이 에어컨을 새로 다는 건 너무 큰일 같고 실외기를 설치할 자리도 마땅치 않아서 결국 이동식 에어컨이라는 걸 샀다. 중고 거래 앱을 뒤져서 20만 원 중반대 가격에 업어왔는데,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창문 틈으로 뜨거운 바람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동봉된 판넬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이면서 참 고생했다. 사실 그때는 소음이 어느 정도일지 전혀 감이 안 왔으니까. 그냥 시원한 바람만 나오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바라 호스와의 사투
이동식 에어컨을 쓰면서 가장 짜증 났던 건 자바라 호스다. 창문형 에어컨이랑은 다르게 뒤쪽에 굵은 호스를 연결해서 열기를 밖으로 빼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뻣뻣하다. 자리를 조금만 옮기려고 해도 호스가 꺾이거나 창문 틈새로 틈이 생겨서 찬 바람이 다 빠져나간다. 한 번은 제대로 설치했다고 생각했는데 밤새 호스가 빠져서 방 안이 찜질방이 된 적이 있다. 그때는 진짜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요즘 나오는 창문형 에어컨들은 좀 낫다던데, 이미 짐이 되어버린 이 덩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청소라는 이름의 거대한 숙제
이제 날이 더워지기 시작해서 다시 가동하려고 꺼내봤는데, 필터에 먼지가 아주 가관이었다. 일반 벽걸이 에어컨은 10만 원 전후면 청소 업체가 와서 싹 분해해주는데, 이동식 에어컨은 이 녀석들을 뜯어주겠다는 곳이 별로 없다. 기계 자체가 워낙 조잡하게 만들어진 느낌이라 함부로 분해했다가는 다시 조립을 못 할 것 같았다. 결국 화장실로 끙끙대며 들고 가서 샤워기로 필터만 씻어내고 안쪽은 물티슈로 대충 닦아냈는데, 안쪽 깊숙한 곳의 곰팡이 냄새는 도저히 사라지지가 않는다.
소음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
작동을 시작하면 귀 옆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가 난다. 처음에는 너무 시끄러워서 TV 소리도 안 들리고 공부는커녕 대화도 힘들었다. 근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이게 또 익숙해지니까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 오히려 이 소리가 안 나면 에어컨이 꺼진 줄 알고 잠에서 깰 지경이다. 다만, 가끔 웅웅거리는 진동음이 바닥을 타고 전해질 때면 아랫집에서 올라오지 않을까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여름 한 철 버티자고 매번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버리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사이
최근에 본 뉴스에서 대형 가전 업체들이 냉난방 공조 기술을 AI니 뭐니 하면서 엄청나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걸 봤다. 내가 쓰는 이런 구식 소형 이동식 에어컨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겠지. 내 방에 있는 이 기계는 그냥 찬 바람 나오는 선풍기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데, 이사 갈 때마다 짐이 된다. 중고로 다시 팔아버릴까 싶기도 한데, 막상 팔려고 보니 호스 연결 부위가 헐거워져서 제대로 작동할지 자신이 없다. 그냥 이번 여름도 꾹 참고 쓰고, 내년에는 좀 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 매년 여름이 올 때마다 같은 고민만 반복하는 것 같다.

진동 때문에 진짜 신경 쓰이시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호스 청소 팁 하나 알려드릴게요. 얇은 천으로 살짝 감아서 돌리면 소음이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