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작되기 전에 에어컨 분해 청소 부르려다가 며칠 고민만 했다

에어컨 곰팡이 냄새를 뒤늦게 알아차리다

분명 작년 여름 끝날 때 필터는 씻어서 말려 넣었던 것 같은데, 며칠 전 더위가 슬쩍 시작되길래 무심코 삼성 스탠드 에어컨을 켰다가 기겁했다. 쿰쿰한 냄새가 거실 전체로 확 퍼지는 게 영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냥 필터만 빼서 먼지 좀 털고 물로 씻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안쪽에 들여다보니 냉각핀 사이사이에 곰팡이가 꽤 거뭇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걸 보고 나니 도저히 그냥 틀 수가 없어서 부랴부랴 청소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업체 고르기가 생각보다 너무 피곤했다

검색창에 에어컨 청소를 치니까 블로그 광고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디는 완전 분해를 강조하고 어디는 그냥 고압 세척만 한다고 하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었다. 벽걸이는 6~10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되는 것 같은데, 우리 집처럼 거실 스탠드랑 안방 벽걸이를 2in1으로 묶어서 하려면 대략 20만 원 내외는 잡아야 했다. 삼성전자가 직접 하는 서비스도 있긴 한데 거긴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결국 사설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싼 곳은 왠지 나사 몇 개 안 풀고 대충 겉핥기만 할 것 같고, 비싼 곳은 광고비가 녹아있을 것 같아서 그 중간 어디쯤인 곳을 골랐는데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청소 기사님이 오셨을 때 느낀 의외의 점

예약한 날 아침, 기사님이 장비를 잔뜩 짊어지고 오셨다. 현관 복도가 좁은데 장비가 너무 커서 좀 당황했다. 3년 정도 된 모델인데, 생각보다 분해하는 과정이 복잡해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나사를 계속 풀고 커버를 벗겨낼 때마다 안쪽에서 묵은 먼지가 후두둑 떨어졌다. 내가 괜히 옆에 서 있다가 먼지 마시는 것 같아서 자리를 피했는데, 거실 한가운데 에어컨 부품이 널브러져 있는 꼴을 보니 이게 진짜 청소가 아니라 수술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2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눈앞에서 본 오염된 물을 보니 찝찝함이 밀려왔다

분해된 부품들을 욕실에서 세척하시는데, 기사님이 ‘이거 보세요’ 하고 부르셔서 가봤다가 깜짝 놀랐다. 고압 세척기로 냉각핀을 씻어내니 구정물이 끝도 없이 나왔다. 겉으로 볼 땐 그냥 조금 지저분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이 바람을 맞으며 살았나 싶어 좀 소름이 돋았다. 롯데하이마트 같은 데서 가전 청소 서비스가 20% 정도 매출이 올랐다는 뉴스를 본 적 있는데, 나만 게으르게 살다가 이제야 정신 차린 건가 싶기도 하고. 하긴, 실외기도 먼지 쌓이면 효율 떨어진다는데 거긴 엄두도 안 나서 손도 안 댔다.

청소 후에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이유

다 조립하고 나서 다시 작동을 시켜봤다. 확실히 냄새는 사라졌다. 상쾌한 바람이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이게 진짜 완벽하게 깨끗해진 건지 아니면 겉만 씻어낸 건지 알 길이 없으니 그게 좀 미묘하다. 기사님은 완전 분해라고 하셨지만, 내가 전문가는 아니니 뭘 어디까지 뜯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청소비로 18만 원 정도 지출했는데, 이게 매년 돌아오는 연례행사가 될 거라 생각하니 슬슬 지갑 사정이 걱정되기도 한다. 내년에는 좀 더 빨리, 그러니까 4월쯤 미리 예약해서 스트레스 덜 받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내가 그때 기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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