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기 전 장판 밑을 들췄다가 마주한 것들
예고 없이 찾아온 습한 냄새의 정체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에어컨을 켰는데, 쿰쿰한 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우더라고요. 작년에 에어컨 필터 청소를 직접 했던 기억이 나서, 혹시 내부 먼지 때문인가 싶어 서둘러 필터를 빼봤어요. 그런데 필터는 생각보다 깨끗했습니다. 오히려 냄새의 진원지는 에어컨이 아니라 방구석 쪽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어요. 작년 겨울부터 유독 방 안이 눅눅하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설마 하는 마음에 침대 옆 장판 끝부분을 슬쩍 들춰봤습니다. 정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기분이었어요. 장판 밑 시멘트 바닥이 마치 젖은 종이처럼 변색되어 있었고, 그 주위로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왜 예전에 뉴스에서 보던 안동 길안면 주택 침수 피해 사진 같은 장면이 우리 집 방 안에서 펼쳐지는 건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곰팡이 제거제로는 해결되지 않는 벽지 문제
당황해서 바로 마트에 달려갔습니다. 벽지 곰팡이 제거제 몇 통을 사 와서 뿌려보고 닦아도 봤죠. 하지만 이게 겉면만 닦이는 거지, 이미 벽지 뒤편까지 스며든 곰팡이 뿌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고요. 인터넷에서 단열벽지 시공이 좋다는 글을 보고 주문까지 하려다가 멈칫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무작정 벽지를 붙이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아예 도배를 새로 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안 섰거든요. 특히 장판 밑의 습기는 단순한 결로인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누수가 진행되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더 불안했습니다. 아파트 천장 누수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우리 집 바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장판을 걷어내고 마주한 현실적인 비용들
고민 끝에 동네 도배 장판 업체를 몇 군데 알아봤습니다. 한 업체에서는 와보지도 않고 대략적인 견적을 툭 던지더군요. 특수 청소 비용에다가 벽지랑 장판 교체 비용까지 합치면 생각보다 예산이 꽤 크게 잡혔습니다. 보통 방 하나당 4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를 부르는데, 이게 그냥 곰팡이 닦아내고 도배하는 비용이라니요. 남동구 취약계층 지원 사례 같은 걸 보면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데, 저 같은 일반 세입자 입장에서 그런 도움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결국 제 돈 들여서 다 뜯어내고 다시 바닥을 말리는 수밖에 없는데, 공사 기간 동안 짐을 다 어디로 옮겨야 할지부터가 막막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 큰일을 치르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죠.
베란다 곰팡이와 에어컨 청소의 악순환
방 안 장판 문제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문득 베란다 쪽을 보니 거기도 곰팡이가 가관이었습니다. 베란다 곰팡이 페인트를 예전에 덧칠했던 것 같은데, 그것마저 다 일어나서 가루처럼 떨어지고 있었죠. 생각해보니 이 습한 공기들이 에어컨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순환하면서 냄새를 유발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에어컨 필터 청소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던 거예요. 곰팡이는 한 곳에만 머물지 않고 사방으로 퍼지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실크 벽지 곰팡이 제거도 전문적인 장비 없이는 어렵다는 글을 읽으니, 어설프게 혼자서 다 하려다 오히려 일을 키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만 늘어납니다.
해결되지 않은 불안감을 안고
일단 장판을 다시 덮어두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덮어버린다는 게 찜찜하지만, 지금 당장 대규모 공사를 시작할 엄두가 안 나는 게 사실이에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다른 업체 한 곳을 더 불러서 정확히 바닥 습기 상태가 어떤지만이라도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정말 누수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환기 문제였는지 확실히 알아야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겠죠. 에어컨 청소를 하려다가 집 전체의 주거 환경을 고민하게 된 셈인데, 생각할수록 마음만 무겁습니다. 당분간은 습도 조절에 신경 쓰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정말 곰팡이 방지 페인트나 시공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더 큰 보수 작업이 필요한 건지는 견적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벌써부터 그 과정이 피곤하게만 느껴집니다.

베란다 곰팡이도 생각보다 심하네요. 습한 공기가 에어컨으로 계속 순환하면 이런 문제 생기는 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