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기 전에 에어컨을 열어봤다가 놀란 이유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밤에는 쌀쌀해서 창문을 닫고 잤는데, 이제는 낮에 땀이 조금씩 맺힌다. 작년 여름에 우리 집 거실을 담당하던 LG무풍에어컨 필터를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1년 동안 방치해 둔 가전제품을 다시 켜는 건 늘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한다. 혹시 곰팡이가 피어있지는 않을까, 쉰내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필터만 빼서 물로 씻어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부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냉각핀 근처에 거뭇거뭇한 얼룩들이 보였고, 팬 안쪽으로 먼지가 뭉쳐 있는 게 육안으로도 확인됐다.

집에서 혼자 해결해보려던 무모한 시도

유튜브에서 셀프 청소 영상을 몇 개 찾아봤다. 전문 업체에 맡기면 보통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한다고 들었는데, 굳이 그 돈을 들여야 하나 싶어 전용 세정제를 주문했다.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스프레이형 세정제를 샀는데 대략 1만 원 중반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일단 보이는 곳 위주로 열심히 뿌리고 솔로 닦아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에어컨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해서 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은 도저히 청소가 불가능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가 더 나올 것 같아 식은땀이 났다. 결국 30분 정도 끙끙대다가 포기했다. 그냥 겉만 번지르르하게 닦아놓고 찜찜한 마음으로 다시 덮개를 닫았다.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이 집에 산 지 꽤 되었는데, 매번 이맘때쯤이면 에어컨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다.

업체에 맡길지 말지 고민하며 보낸 시간

청소를 제대로 안 하고 그냥 틀면 아이들 호흡기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작년에 뉴스에서 본 것처럼 광주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습도가 높았을 때 에어컨 관리를 잘못하면 곰팡이가 엄청나게 번식한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거실에 있는 40평형대 대형 에어컨은 아니지만, 방에서 쓰는 소형 에어컨도 똑같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에어컨 청소 업체 한두 군데는 알고 있더라. 누구는 광주 중고 에어컨 매장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싸게 했다고 하고, 누구는 그냥 동네 청소 업체에 맡기는 게 속 편하다고 했다. 가격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이전 설치 비용을 알아볼 때도 1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라더니, 세척도 서비스 범위에 따라 견적이 다 다르다. 10만 원은 저렴해 보이지만 완전 분해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후기를 보고 나니 또 망설여졌다.

낡은 가전과 새로운 고민 사이

사실 우리 집 에어컨은 구입한 지 좀 된 모델이다. 요즘 나오는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제품들은 전기세 걱정이 덜하다는데, 우리 건 켜놓고 있으면 전기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서 무턱대고 새로 사기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계속 낡은 걸 쓰자니 청소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샤오미 스마트 공장에서는 6.5초마다 에어컨 한 대를 만든다는데, 왜 내 에어컨은 1년에 한 번 청소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 광주에서 자전거로 15분이면 어디든 다니는 자유로운 동네 생활은 좋은데, 가전 관리만큼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 결국 업체 연락처를 몇 개 메모해두고는 아직 전화를 걸지 못했다. 내일은 좀 더 꼼꼼히 알아보고 예약해야겠다. 여름은 금방 올 텐데, 오늘 밤은 그냥 창문 열어놓고 시원한 바람이나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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