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에어컨 켰다가 낭패 본 이야기

갑자기 시작된 시큼한 냄새의 정체

날씨가 갑자기 확 더워져서, 진짜 딱 며칠 전이었다. 작년 가을 이후로 한 번도 안 켰던 벽걸이 에어컨을 무심코 리모컨으로 눌러서 켰는데, 처음에 한 5분 정도는 그냥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오길래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한 10분쯤 지났나, 어디선가 묘하게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는 거다. 처음엔 며칠 전에 먹다 남은 배달 음식 때문인가 싶어서 창문을 다 열고 환기도 시키고, 분리수거함까지 싹 비웠는데도 냄새는 안 없어졌다. 알고 보니 에어컨 바람이 나올 때마다 그 꿉꿉하고 시큼한 냄새가 계속 배어 나오는 거였다. 작년에도 이랬었나 싶어서 기억을 더듬어봐도 도통 기억이 안 나고, 그냥 올해 유독 심한 건지 아니면 내 코가 예민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셀프 청소의 헛된 희망

유튜브를 보니까 필터만 빼서 물로 씻으면 된다길래, 의자 밟고 올라가서 필터를 뺐다. 생각보다 먼지가 엄청 쌓여 있긴 하더라. 욕실로 가져가서 칫솔로 살살 문지르고, 중성세제도 좀 섞어서 닦아냈다. 물기 말리느라 선풍기까지 동원해서 바짝 말린 다음에 다시 끼웠는데, 막상 켜보니까 냄새가 거의 그대로였다. 필터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 안쪽을 좀 더 보려고 후레쉬를 켜서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냉각핀이라고 하나? 그 촘촘한 금속판 사이사이에 검은색 점 같은 곰팡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까 왠지 기분이 더 찝찝해져서 더 이상 에어컨을 틀 수가 없었다.

전문가를 부를까 말까 했던 고민

결국 업체 몇 군데를 찾아봤다. 화성시에어컨청소, 남양에어컨청소 이렇게 검색하면 나오는 곳이 참 많더라.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사무실 에어컨 설치할 때 알게 된 곳도 있고, 그냥 대충 네이버 블로그 후기 많은 곳 위주로 봤다. 가격은 벽걸이 기준으로 보통 7만 원에서 10만 원 초반대까지 다양했다. 싼 곳은 6만 원대도 있었는데, 괜히 싼 데 했다가 나중에 AS 문제 생길까 봐 머뭇거리게 되고, 또 너무 비싼 곳은 그냥 이름값 같기도 해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시스템 에어컨 청소는 훨씬 더 비싸서, 혹시 나중에 이사 가서 시스템 에어컨 있는 집으로 가게 되면 청소비 부담이 장난 아니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어설픈 기대와 남겨진 찝찝함

결국 그냥 동네에 있는 곳에 연락해서 일정을 잡았다. 생각보다 당장 다음 날은 안 되고 며칠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동안은 그냥 선풍기로 버텼다. 기사님이 오셔서 고압 세척기로 안쪽까지 싹 씻어내는데, 시커먼 물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있으니 그동안 내가 저 바람을 다 마시고 살았나 싶어서 참 허탈했다.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렸나. 청소 끝나고 나니까 냄새는 확실히 안 나긴 했다. 롯데하이마트 같은 데서 세일할 때 에어컨 사면 청소 할인 혜택도 준다던데, 왜 진작 그런 걸 제대로 안 챙겼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청소하고 나면 새것처럼 될 줄 알았는데, 기계 안쪽 깊은 곳까지 완벽하게 새것 같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뭔가 물리적으로 깨끗해지긴 했어도 그 찝찝함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끝나지 않는 관리에 대한 의문

청소하고 나서 기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에어컨 끌 때 항상 송풍 모드로 30분 정도는 돌리고 끄라고 하셨다. 근데 막상 집에 오면 그냥 바로 끄고 나가버리기 일쑤고, 30분을 매번 기다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습한 날에는 송풍으로 말려도 금방 냄새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관리법이 이론적으로는 명확한데, 실생활에서는 그게 참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내년 여름에 또 이 짓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조금 막막하다. 에어컨은 사면 끝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시작인 거였다. 청소하고 났는데도 왠지 바람이 나올 때마다 계속 코를 킁킁거리게 되는 내 습관은 당분간 고쳐지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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