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원룸으로 이사 오고 나서 벽걸이 에어컨을 그냥 틀었다가 며칠 동안 고생한 이야기

이사 첫날에는 미처 몰랐던 에어컨 내부의 먼지와 곰팡이 상태

수원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영통구 매탄동 근처에 있는 작은 원룸 빌라를 얻어 이사했다. 이사했던 날이 마침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던 초여름이라 짐을 대충 던져두고 땀을 흘리며 가장 먼저 한 일이 벽걸이 에어컨을 켜는 것이었다. 방에 기본 옵션으로 설치되어 있던 오래된 삼성 벽걸이 에어컨이었는데, 겉에서 보기에는 하얗고 필터 주변도 꽤 깨끗해 보여서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가동하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잘 나오길래 처음 서너 시간 동안은 다 해결된 줄 알고 송풍구 바로 밑에 누워서 짐을 정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 안에서 묘하게 시큼하면서도 덜 마른 걸레를 방치했을 때 나는 눅눅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사하느라 환기를 안 시켜서 그런가 싶었지만, 에어컨을 끄면 냄새가 덜 나고 켜면 다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결국 손전등을 켜고 송풍구 안쪽 날개를 강제로 열어 비춰보았다가 검은색 회전팬에 숯가루처럼 엉겨 붙어 있는 엄청난 양의 곰팡이와 먼지를 마주하고 경악했다.

다이소 세정제와 유튜브 영상만 믿고 분해를 시도했던 무모함

사람을 부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서 직접 에어컨을 청소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집 근처 다이소에 가서 3,000원짜리 스프레이형 에어컨 세정제 두 통을 샀고, 유튜브에서 모델명을 검색해 분해 방법을 찾아보았다. 영상 속의 전문가들은 드라이버 하나로 나사 몇 개를 가볍게 풀고 플라스틱 덮개를 툭툭 분리해 냈는데, 실제로 내가 해보니 플라스틱이 너무 낡아 힘을 줄 때마다 부러질 것 같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억지로 당기다가 윗부분 걸쇠가 부러질까 두려워 결국 덮개를 완전히 떼어내지도 못하고 틈새 사이로 세정제만 미친 듯이 뿌려댔다. 면봉과 물티슈로 겉에 보이는 곳을 대충 닦아내긴 했지만, 세정액이 닿자마자 녹아내린 까만 먼지 물이 아래쪽으로 흘러내려 침대 커버와 벽지 쪽으로 튀었다. 게다가 좁은 방 안 가득 세정제의 독한 화학 냄새와 찌든 곰팡이 냄새가 섞여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 겉에만 살짝 닦아내다 보니 깊은 안쪽의 오염은 그대로였고 바람을 쐬면 목이 칼칼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수원 지역 사설 업체를 찾아보며 알게 된 예약과 견적의 현실

결국 내 손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마트폰을 켜서 수원벽걸이에어컨청소 관련 후기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숨은 업체들이 너무 많았고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온 광고글 중에서 진짜 후기를 골라내는 일도 피곤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저렴한 가격표만 보고 전화를 걸었더니 오래된 모델이라거나 오염도가 심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말을 들었고, 제대로 된 서비스의 견적은 대략 9만 원에서 12만 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몇 군데 통화를 해보고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적당한 개인 업체를 선택해 일정을 잡으려 했으나, 6월 중순의 주말 예약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다행히 평일 늦은 오후 시간에 빈자리가 하나 있어 예약을 겨우 잡았는데, 예약 날짜까지 4일 동안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선풍기 한 대로 좁은 방에서 땀을 흘리며 버텨야 했다. 출장비와 내부 완전 분해 세척을 포함한 최종 결정 금액은 9만 5천 원이었다.

세척 장비가 들어오고 나서야 진행된 본격적인 작업 과정

약속한 날 방문한 기사님은 등에 커다란 고압 세척기와 각종 세제 통, 그리고 파란색 방수 포가 담긴 가방을 메고 들어오셨다. 내가 혼자 힘으로 끙끙대며 빼내지 못했던 에어컨 앞판 덮개와 내부 필터를 기사님은 얇은 플라스틱 도구를 사용해 단 1분 만에 가볍게 탈거하셨다. 떼어낸 부품들은 화장실로 가져가 약품을 뿌려두었고, 에어컨 본체에는 까만 물이 밑으로 모이게끔 하는 코끼리 코 모양의 전용 세척 가방을 씌우셨다. 욕실에서 고압 세척기가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가 몇 분 동안 들린 뒤, 본체 안쪽 냉각핀과 송풍팬에 약품을 뿌리고 고압 물총을 쏘기 시작하셨다. 투명했던 수거 비닐 호스를 타고 아래 플라스틱 통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거의 간장이나 먹물처럼 새까만 색이어서 뒤에서 지켜보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기사님은 이 상태로 계속 틀었으면 호흡기에 안 좋았을 거라며 몇 번이고 물을 쏘아 묵은 때를 벗겨내셨고, 전체 작업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청소가 끝난 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몇 가지 찜찜함

기사님이 가시고 난 뒤 필터와 팬 안쪽을 들여다보니 확실히 시커먼 먼지 알갱이들은 깨끗하게 씻겨 나가 있었다. 바람을 틀었을 때 나던 불쾌한 냄새도 거의 사라졌지만, 그 대신 강한 소독약 냄새와 물비린내가 섞인 묘한 향이 한동안 방 안을 돌았다. 서너 시간 정도는 창문을 다 열고 강풍으로 송풍을 돌려 내부를 말려야 했다. 게다가 물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물방울이 옆으로 조금 튀었는지 벽걸이 에어컨 바로 아래쪽 실크 벽지 이음새 부분이 살짝 물을 먹어 불어 있는 것을 나중에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 바짝 마르면서 원래대로 펴지기는 했지만, 남의 집 벽지가 젖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욕실 바닥 구석에도 미처 다 씻겨 내려가지 않은 미세한 검은색 곰팡이 찌꺼기가 조금 남아 있어서 기사님이 떠난 후에 내가 직접 샤워기로 바닥 청소를 다시 해야 했다.

에어컨 청소를 매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

결과적으로 곰팡이 냄새가 나던 에어컨은 깨끗해졌고 남은 더위를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머릿속은 다소 복잡하다. 이 집이 내 집도 아니고 몇 년 살다가 나갈 전월세 원룸인데, 에어컨 청소 비용으로 매번 10만 원 돈을 지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고 청소를 안 하고 살기에는 호흡기 건강이나 당장의 냄새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겪었다. 다음에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 집주인에게 에어컨 내부 청소를 미리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자가로 거주하는 사람들이야 관리 차원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세척을 맡기겠지만, 원룸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자잘한 주거 유지비가 매번 아깝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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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벽걸이 에어컨 청소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나오더라고요. 제 경우에도 처음에는 그냥 뚫고 살까 생각했는데, 호흡기 때문에 결국 업체에 맡겼어요.

  2. 와, 곰팡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네요. 땀 흘리면서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 딱 눈에 띄어서, 앞으로 이런 점을 꼭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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