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기 전에 에어컨을 켰다가 낭패를 본 이야기

날씨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더워지길래 무심코 거실에 있는 에어컨 리모컨을 눌렀다. 작년 여름에 쓰고 나서 덮개를 씌워둔 게 전부였는데, 전원을 켜자마자 윙 하는 소리가 좀 이상했다. 원래 휘센 에어컨을 쓰는데, 이 녀석이 처음에는 조용하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밖에서 들리는 실외기 소음이 엄청나게 커진다. 무슨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처럼 덜덜거려서 아랫집에서 올라올까 봐 겁이 날 지경이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실외기 위치가 딱딱한 바닥에 바로 닿아 있어서 진동이 울리는 걸 수도 있다는데, 사실 작년에는 안 그랬거든. 기사님을 부르려니 벌써부터 예약이 꽉 찼다고 해서 일단 다음 주로 미뤄둔 상태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묘한 분위기

사실 작년에도 실외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이게 내 집이면 그냥 실외기교체비용이 얼마가 나오든 새 걸로 바꾸거나 방진 패드를 깔고 끝낼 문제인데, 전세로 살다 보니 이게 참 애매하다. 집주인분은 작년에 에어컨 배관 쪽에 문제가 생겨서 내가 연락했을 때도 엄청나게 예민하게 반응하셨다. 에어컨 배관 설치를 위해 벽에 구멍을 뚫는 것조차 엄청나게 눈치를 주시더라. 결국 그때는 사설 업체를 불러서 가스 충전을 하고 적당히 마무리했는데, 이번에도 또 돈이 들어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다. 임대차 관계에서 에어컨 같은 기본 설비가 고장 나면 임대인이 고쳐주는 게 맞다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세입자가 눈치껏 알아서 수리하고 영수증 챙겨두는 게 속 편할 때가 많다. 기판 수리나 배관 노후는 근본적인 문제인데 말이다.

에어컨 청소는 왜 해도 해도 끝이 없을까

날씨가 더워지니까 이제는 소음보다 곰팡이 냄새가 걱정이다. 2년 전쯤인가, 대전 쪽에 있는 업체에 맡겨서 완전 분해 청소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비용이 10만 원 중반대였나, 하여튼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 기사님이 친절하게 기계 데이터도 정리해 주시고 고장 나면 자기한테 바로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그 명함을 어디다 뒀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다. 에어컨 청소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결국 뜯어보면 먼지가 엉망인 건 매한가지다. 직접 해보려고 필터를 꺼내서 물청소를 해봤지만, 결국 안쪽 냉각핀까지는 손이 닿지 않아서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이럴 때마다 그냥 에어컨을 새로 살까 싶기도 하다가도, 설치 기사님들 오셔서 구멍 뚫고 배관 작업할 생각 하면 그냥 있는 거 고쳐 쓰는 게 낫겠다 싶어 포기한다.

실외기 소음과 배관 문제로 고민하는 요즘

결국 어제저녁에는 소음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직접 실외기 쪽을 확인해 봤다. 그런데 실외기 아래쪽 배관이 살짝 꺾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게 작년에 이전 설치를 했을 때 문제였는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처진 건지는 모르겠다. 대전 에어컨 가스 충전 서비스를 검색해 봐도 워낙 업체가 많아서 어디가 정직한 곳인지 알기 어렵다. 커뮤니티에 물어봐도 ‘어디가 좋다’는 광고성 댓글만 잔뜩 달리고, 실제로는 기사님이 방문했을 때 상황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많다고 해서 선뜻 연락하기가 겁난다. 작년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에어컨 수리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어설픈 자가 수리의 한계와 앞으로의 계획

일단 다음 주에 예약한 기사님이 오시면 전체적으로 점검을 받아볼 생각이다. 가스도 부족한 것 같고, 실외기 소음 문제도 해결해야 하니까 이번에는 비용이 좀 나올 것 같다. 작년에 겪었던 것처럼 집주인에게 수리비를 청구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 돈으로 내고 마음 편하게 살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괜히 말 꺼냈다가 ‘에어컨은 소모품이니 세입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식의 답변을 들으면 기분만 상할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 에어컨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사 오기 전에 벽에 구멍을 내느니 마느니 실랑이하던 기억이 떠올라서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고치고 나면 또 금방 여름이 지나갈 텐데, 그 짧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고 이렇게까지 애를 써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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