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걸이 에어컨 아래로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시작된 거실의 물바다 소동
지난주 주말이었나, 거실에서 뒹굴거리다가 발끝에 뭔가 축축한 게 닿아서 깜짝 놀랐다. 벽걸이 에어컨 아래쪽 벽지가 미세하게 젖어 있었고, 그 밑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결로 현상인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수건으로 쓱 닦아냈는데, 한 시간쯤 지나니까 다시 바닥이 흥건해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에어컨 누수인가 싶어 일단 전원을 끄고 한참을 쳐다만 봤다. 어차피 이 더위에 에어컨 없이는 못 사는데, 이걸 지금 사람을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뭔가 조치를 할 수 있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먼지 필터 청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문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다들 필터 청소를 안 해서 그렇다거나, 배수 호스가 막혔을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평소 귀찮아서 미뤄뒀던 필터 청소를 부랴부랴 시작했다. 예전에 에어컨 청소 업체 불렀을 때는 금방 끝내던데, 막상 내가 해보니 전면 커버 여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찌든 먼지를 씻어내고 다시 끼워 넣었는데도 여전히 에어컨 본체 틈새에서 물이 배어 나왔다. 결국 배수 호스 문제인 것 같아서 베란다 밖으로 나가는 호스 끝부분을 살펴봤다. 한 10년 넘은 구축 아파트라 그런지 배관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보였다. 호스 끝이 꺾여 있거나 먼지 뭉치로 막혀 있으면 물이 역류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배관 교체와 냉매 가스 사이의 고민
이게 오래된 집이라 에어컨 배관 교체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부터 앞섰다. 작년에 대전에서 에어컨 가스 충전했을 때도 생각보다 비용이 꽤 나왔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사람 부르면 10만 원은 그냥 넘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사실 에어컨 실외기 설치 비용이나 이전 설치비 같은 건 미리미리 알아두면 좋겠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면 당장 눈앞의 물 떨어지는 걸 막는 게 급선무라 가격 비교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구 에어컨 냉매 충전이나 홍성 에어컨 설치 같은 연관 검색어들이 떠올랐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서 바로 와줄 수 있는 기사님을 찾는 게 더 일이었다.
방치했던 실외기 배관의 상태
결국 창문을 열고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실외기 쪽 배관을 확인했다. 햇빛을 너무 오래 받아서인지 배관을 감싸고 있는 테이프가 다 삭아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이 상태로 그냥 두면 나중에 배관 자체를 통째로 갈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예전에 뉴스에서 에어컨 실외기 작업하다가 사고 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내가 직접 뭘 만지는 게 영 꺼림칙했다. 7층 높이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외기 쪽은 좁아서 일반인이 건드리기엔 너무 위험해 보였다. 결국 낑낑대며 호스 꺾인 부분만 살짝 펴주는 정도로 타협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찝찝하게 남은 물떨어짐의 원인
작업을 마치고 다시 에어컨을 틀어봤다. 다행히 지금은 물이 떨어지지 않는데, 이게 완벽하게 고쳐진 건지 아니면 잠시 멈춘 건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내일 또 물이 떨어지면 그때는 진짜 전문 업체를 불러야 할 것 같다. 에어컨 배관 가격이 얼마나 할지, 기사님이 오셔서 가스 충전까지 권유하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고민만 계속된다. 사실 지금 당장 시원한 바람이 나오니까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내볼까 싶기도 하다. 이 더위에 기사님 예약 잡는 것도 일일 텐데, 벌써부터 전화기 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배수 호스 상태가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정말 흔하네요. 제가 살던 곳도 거의 비슷했어요.
테이프가 너덜거진 게 정말 안타깝네요. 오래 사용하다 보면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