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만 대충 닦고 쓰려다가 결국 사람을 불러서 벽걸이 에어컨을 다 뜯어냈다
이사 첫날 먼지 냄새 때문에 필터부터 꺼내 봤다
동탄 반송동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먼저 걱정했던 건 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가전제품들이었다. 전 세입자가 어떻게 썼는지 알 길도 없고,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엉망인 경우가 많으니까. 이사 온 날 밤, 방이 너무 꿉꿉해서 벽에 걸려 있는 오래된 에어컨을 켰는데, 10분쯤 지나자 퀴퀴하고 시큼한 걸레 냄새 같은 게 방 안 가득 퍼졌다. 도저히 그냥 틀어둘 수가 없어서 집에 굴러다니던 플라스틱 의자를 딛고 위태롭게 올라가 커버를 열어봤다. 필터를 꺼내 보니 먼지가 회색 펠트지처럼 두껍게 덮여 있었다. 손으로 만지기도 찝찝할 정도였다. 이걸 그냥 물로 대충 씻어서 쓰면 되겠지 싶어 욕실로 가져가 솔로 닦아내고 바짝 말렸는데도, 다시 끼우고 켜니 그 불쾌한 냄새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송풍구 안쪽을 비춰보니 동그란 송풍팬 사이사이에 검은 곰팡이가 빼곡하게 들러붙어 있는 게 보였다. 그때서야 이건 내 손으로 필터만 닦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설 업체를 부를지 셀프로 끝낼지 한참 고민했던 흔적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에어컨 세정 스프레이를 사서 직접 뿌려볼까 생각했다. 마트나 다이소 같은 데 가면 오천 원 안팎으로 파는 뿌리는 세정제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LG휘센벽걸이에어컨청소 후기를 검색해봐도 대충 스프레이를 뿌려서 헹궈내면 된다는 글들이 간혹 보였다. 하지만 댓글들을 더 읽어보니 밑에 달린 호스가 먼지 찌꺼기로 막히면 물이 벽지를 타고 방 안으로 역류할 수도 있고, 냄새가 일시적으로만 사라졌다가 더 심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괜히 비용 좀 아끼려다가 원룸 벽지 다 버리고 에어컨까지 고장 내서 집주인이랑 골치 아픈 변상 문제를 겪느니, 그냥 전문가를 부르는 게 백번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공식 서비스센터에 문의해보니 여름 성수기라 그런지 방문 예약 대기만 2주 이상 걸린다고 했다. 당장 오늘 밤도 더워서 잠을 설치는데 2주는 도저히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사설 업체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예약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던 한여름의 동탄 에어컨 청소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뒤지며 동탄에어컨청소업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다들 비슷한 상황인지 전화하는 곳마다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숨고 같은 플랫폼이나 동네 카페 글을 뒤져가며 네다섯 군데에 연락을 돌렸는데, 빠르면 다음 주라는 소리만 돌아왔다. 그러다 다행히 한 업체에서 다른 집의 일정이 취소되어 사흘 뒤 오전에 시간이 빈다고 했다. 벽걸이 단품 분해 청소 비용으로 9만 원을 부르길래 솔직히 아주 저렴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예전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삼척에어컨청소 업체를 불러서 스탠딩에어컨청소를 하셨을 때 비용을 들었던 기억과 비교해 봐도, 벽걸이 하나에 이 가격이면 수도권 물가가 확실히 얹어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더위에 지쳐 일상생활이 안 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을 확정했다.
시커먼 물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들었던 묘한 기분
사흘 뒤 약속한 시간에 기사님이 커다란 청소 장비와 고압 세척기를 들고 방문했다. 좁은 원룸이라 장비가 들어오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사님은 에어컨 바로 아래에 있는 책상과 가구들을 대충 치우고 벽면에 비닐로 보양 작업을 꼼꼼하게 하기 시작했다. 물이 튀면 곤란하니까 그 부분은 다행이다 싶었다. 커버를 완전히 분해하고 나니 냉각핀과 송풍팬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했다. 기사님이 특수 약품을 뿌려두고 잠시 대기한 뒤 고압 세척기로 물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에어컨 밑에 매달아 둔 튜브를 통해 아래쪽 물통으로 시커먼 구정물이 쏟아지는데, 진짜 까만 간장이나 콜라를 부어놓은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내가 그동안 저 곰팡이 가루를 필터로 거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들이마시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송풍팬 색깔이 원래 검은색인 줄 알았는데, 고압수로 때를 다 벗겨내고 나니 원래는 하늘색이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작업은 대략 1시간 20분 정도 걸렸는데,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꽤 커서 좁은 방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귀가 좀 먹먹했다.
청소는 끝났는데 바람이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아 걱정했던 순간
청소가 끝나고 기사님이 부품들을 닦아 다시 조립한 뒤,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자며 에어컨을 켰다. 일단 확실히 그 퀴퀴하고 퀘퀘한 걸레 썩은 냄새는 완전히 가셨다. 대신 약품 냄새와 약간의 물비린내가 섞인 냄새가 났는데 이건 창문을 열고 환기하면 금방 없어질 거라고 했다. 그런데 에어컨을 18도로 맞춰놓고 15분 이상 틀어놓았는데도, 송풍구 바로 앞에 손을 대봤을 때 바람이 얼음장처럼 차갑지가 않았다. 원래 이 정도 연식의 기계는 바람이 덜 차갑냐고 기사님께 넌지시 여쭤보았더니, 혹시 가스가 부족해서 그럴 수 있으니 압력을 한번 체크해 주겠다고 하셨다. 기사님이 실외기 밸브 쪽으로 가서 게이지를 연결하더니, 벽걸이에어컨가스충전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씀하셨다. 가스 압력이 정상 수치보다 낮게 나온다면서 충전 비용으로 5만 원이 추가된다고 덧붙였다.
가스를 채워야 하는지 그냥 써야 하는지 여전히 헷갈리는 부분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미 청소비로 9만 원을 지출했는데 여기에 가스 충전비 5만 원까지 더하면 순식간에 14만 원을 쓰게 되는 셈이었다. 이게 정말 가스가 모자란 건지, 아니면 현장에서 요금을 더 받으려는 상술인지 나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기사님은 지금 충전하지 않으면 한여름 대낮에 실외 온도 올라갈 때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도 방이 전혀 안 시원해질 거라고 경고하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찝찝함에 일단은 그냥 청소만 한 상태로 며칠 써보고 결정하겠다고 거절했다. 기사님이 가고 나서 벌써 3주 정도가 지났는데, 낮에 엄청 뜨거울 때는 실내 온도가 내려가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긴 한다. 그럴 때마다 그냥 그때 5만 원 더 주고 충전할 걸 그랬나 싶다가도, 해가 지면 또 나름대로 시원해져서 쓸만하다 보니 여전히 애매한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매번 에어컨 켤 때마다 가스 생각을 하게 되는 찝찝함만 남은 셈이다.

가스 충전비 때문에 고민이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일단 며칠 써보고 결정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