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평 아파트 시스템 에어컨 청소 부르려다 이틀 고민했다
33평 아파트 시스템 에어컨의 무게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가니 슬슬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33평형 아파트라 거실에 하나, 안방에 하나 이렇게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게 그냥 벽걸이 에어컨이랑은 차원이 다르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13평 에어컨이나 15평형 에어컨처럼 내가 직접 필터를 빼서 씻는 수준이 아니었다. 천장에 딱 붙어 있는 걸 보자니 괜히 뜯었다가 나중에 나사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낭패겠다 싶었다. 사실 이동식 에어컨을 쓸 때는 그냥 툭툭 털고 말았는데, 시스템 에어컨은 전문가를 부르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스프레이 사서 뿌리는 게 나은지 이틀을 고민했다. 16평 냉난방기를 따로 쓰는 사무실과는 구조 자체가 달라서 괜히 건드렸다가 곰팡이만 더 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업체 선정의 늪과 가격의 압박
결국 업체를 부르기로 마음먹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이게 참 쉽지 않았다. ’33평 에어컨 청소’라고 치면 광고가 반이다. 대충 12평 에어컨 청소 비용이랑 비교해보니 대당 8~10만 원 선에서 시작하는 곳들이 많았다. 시스템 에어컨 두 대니까 대략 20만 원 근처를 예상해야 했다. 누구는 14평 에어컨도 직접 닦는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은지 모르겠다. 포장이사 업체에 물어보니 입주 청소나 이사 청소 때 에어컨 청소도 같이 묶어서 하면 좀 싸다는데, 나는 이미 입주한 지 오래라 그런 혜택도 못 받는다. 괜히 조금 저렴한 곳을 찾으려다가 ‘정속형 에어컨’인지 ‘인버터형 에어컨’인지 구분도 제대로 못 하는 곳에 맡기면 뒤탈이 날 것 같아 망설여졌다.
청소 당일의 묘한 불편함
오전 10시에 예약한 기사님이 오셨는데, 생각보다 짐이 많았다. 거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사다리를 펴는데, 내 좁은 거실이 순식간에 공사판처럼 변했다. 시스템 에어컨 본체에서 뜯어낸 커버들이 거실 중앙에 쌓이니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기사님은 익숙하게 고압 세척기를 조립하셨는데, 그때부터 들리는 기계음이 꽤 컸다. 낮 시간이었지만 혹시나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인터폰이 오지 않을까 내심 불안했다. 1시간 정도 지나니 검은 구정물이 흘러나오는데, 그게 다 곰팡이 섞인 물이라니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다 시원했다. 사실 내가 직접 했으면 절대 닿지 못했을 내부 냉각핀 구석구석을 쏘아대는 걸 보고 있자니, 20만 원이 아주 아깝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금방 또 물가가 올라서 살림이 빠듯하다는 생각이 겹쳤다.
창문형 에어컨이나 살 걸 그랬나
청소가 다 끝나고 기사님이 가신 뒤 거실에 남은 꿉꿉한 습기를 닦아내며 든 생각은 ‘창문형 에어컨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철없는 후회였다. 창문형은 그냥 떼어내서 화장실에서 물로 쏴버리면 끝인데, 시스템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나 싶다. 33평형 아파트가 주는 쾌적함은 이런 식으로 유지비와 관리의 번거로움이 따라오는구나 싶어 씁쓸했다. 냉난방기가 겸용이라 겨울에도 썼는데, 그래서 더 오염이 심했나 보다. 기사님은 2년에 한 번은 무조건 하라고 하시는데, 매년 이 비용을 지출하는 게 맞는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전원을 켜고 끄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에어컨 관리라는 게 끝이 없는 노동인 것 같다.
여전히 남은 찝찝함
청소를 마친 지 3일이 지났다. 에어컨을 켜면 일단 냄새는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혹시 내부 세척액이 제대로 헹궈지지 않아서 바람과 함께 나오는 건 아닐까, 기사님이 나사를 하나 빼먹고 조립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자잘한 의심들이다. 이게 내가 직접 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안함인가 싶기도 하다. 33평이라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노력은, 생각보다 더 촘촘하게 얽혀 있는 것 같다. 이번 여름은 일단 이렇게 지나가겠지만, 내년에도 또 사람을 불러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내년 여름이 오기 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포털 검색창을 기웃거리고 있을 것 같다.

시스템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온 물때 때문에, 곰팡이 제거제는 다시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하게 되었네요.
시스템 에어컨의 복잡함 때문에, 사무실 냉난방기랑 비교하면서 필터를 직접 청소하는 게 좀 더 편할 것 같네요.
스프레이보다는 전문가를 부르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요. 곰팡이 제거 과정에서 혹시라도 더 큰 문제 생길까 봐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