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형 에어컨 셀프로 하려다 기사님 부른 날
일단 필터만 빼보면 될 줄 알았다
올해는 유독 여름이 빨리 온 것 같아서 5월 말부터 벌써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다. 거실에 있는 시스템에어컨을 처음 가동하는데, 이상하게 퀴퀴한 냄새가 훅 올라왔다. 작년 여름 끝날 때 필터 청소를 안 하고 그냥 덮어뒀던 게 생각이 났다. 3년 전 이사 올 때 산 삼성 무풍 에어컨인데, 그때 가전 구독 같은 걸로 관리받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하면 되지 싶어서 넘어갔던 게 화근이었다. 천장에 붙어 있는 거라 높이가 좀 있지만, 의자 밟고 올라가면 필터 정도는 누구나 뺄 수 있겠지 싶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다들 필터 빼서 물로 씻고 말리면 끝이라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냄새의 진짜 범인은 필터가 아니었다
필터를 분리해서 욕실로 가져가 씻는데, 생각보다 먼지가 엄청났다. 솔로 살살 문지르고 햇볕 잘 드는 베란다에 말려두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필터를 다시 끼우고 에어컨을 켰는데도 그 묘하게 텁텁하고 쉰내가 여전히 나는 거다. 냄새의 원인이 필터가 아니라 냉각핀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냉각핀은 필터 바로 뒤에 있는 금속판인데, 이걸 보려면 나사를 풀고 커버를 다 분해해야 했다. 촘촘하게 박힌 냉각핀 사이로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살짝 보이기 시작하니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이걸 내가 다 뜯어냈다가 다시 조립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엉성한 시도와 조여지지 않는 나사
결국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집에 있는 드라이버를 가져와서 커버 나사를 하나씩 풀었다. 나사가 생각보다 많았고, 천장을 보고 작업을 하려니 목이 너무 아팠다. 무엇보다 나사를 다 풀고 나니 커버가 툭 떨어질까 봐 겁이 났다. 냉각핀을 닦으려고 전용 세정제를 뿌려볼까 고민하다가, 괜히 잘못 건드려서 핀이라도 휘면 수리비가 더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손이 떨렸다. 30분 정도 낑낑대며 씨름하다가 결국 나사 하나를 틈새로 빠뜨렸다. 다시 줍지도 못하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데, 한심하기도 하고 그냥 처음부터 업체를 부를걸 싶었다. 땀은 비 오듯 오고, 쉰내는 여전하고, 에어컨은 반쯤 분해된 채 흉물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예약 잡는 게 청소보다 어렵다
다급하게 동네 에어컨 청소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다들 시즌이라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어떤 곳은 2주 뒤에나 가능하다고 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보통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를 부르는데, 어떤 곳은 시스템 에어컨은 더 비싸다고 했다. 결국 아는 사람이 추천해 준 곳에 사정을 말해서 겨우 일정을 잡았다. 기사님 오시기 전까지 반쯤 분해된 에어컨을 보며 며칠을 보냈는데, 그 기간 동안 에어컨을 켜지도 못하고 덥게 지낸 게 참 미련했다. 내가 처음에 왜 그 고생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분해하는 걸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기사님이 오셔서 능숙하게 커버를 벗기고 냉각핀에 고압 세척기를 쏘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내가 직접 닦으려 했던 수준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구정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는데, 저게 다 우리가 마시던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고압 세척기로 냉각핀 깊숙한 곳까지 씻어내니 비로소 냄새가 사라졌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이었는데, 기사님이 가시면서 에어컨 끄기 전에 송풍 모드로 20분 정도 말려주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습기가 남아있으면 다시 곰팡이가 생긴다는 건데, 이게 말은 쉽지 퇴근하고 나면 까먹기 일쑤다.
그날 이후로 생긴 이상한 버릇
청소를 마치고 나서 에어컨 바람이 훨씬 상쾌해진 건 확실하다. 하지만 1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내고 나서야 깨달은 건, 가전이라는 게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계속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에어컨을 끄려고 리모컨을 들 때마다 20분 송풍을 눌러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안 하면 또 그 냄새가 날 것 같아서 켜두는데, 전기세 걱정도 되고 그렇다고 그냥 끄자니 찝찝하고. 누군가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던데, 매달 돈 나가는 게 싫어서 직접 관리하려다 보니 매번 이런 식으로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다. 다음번에도 또 이렇게 업체를 부를 것 같긴 한데, 아마 내년에도 똑같이 필터만 빼보고 냄새 때문에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같은 후회를 반복할 것만 같다.

필터 청소는 진짜 중요하네요. 제가 전에 에어컨 필터 안 청소하고 냄새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 생각나네요.
필터 청소하는 거 말고 진짜 냉각핀 곰팡이 때문에 땀 좀 났네요. 꼼꼼히 청소 안 하면 이런 문제 생기기 쉽겠어요.
필터 빼는 것만으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엉성하게 분해해서 기사님 불렀네요. 꼼꼼하게 준비하면 이런 상황 안 피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