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면서 에어컨 옮기는 게 이렇게 복잡한 일이었나 싶다
이사 당일 아침에 닥친 당혹감
지난주에 이사를 마쳤다. 짐을 싸고 옮기는 것만 생각했지, 거실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에어컨은 생각보다 훨씬 성가신 존재였다. 사실 전 집에서 쓸 때는 그냥 전원 꽂으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당연한 가전제품이었는데, 막상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이 ‘이건 저희가 건드릴 수 없어요’라고 선을 긋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결국 급하게 영등포 쪽 사설 업체를 수소문해서 연락을 취했다.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한 기사님 두 분은 익숙한 손길로 배관을 분리하기 시작했는데, 그 옆에서 멍하니 서 있는 내 기분이 참 묘했다.
설치비라는 이름의 알 수 없는 추가 요금
전 집에서 이 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이런 부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달랐다. 기본 이전 설치비 외에도 배관 연장비가 추가되고, 냉매 가스 충전비까지 더해지니 처음에 들었던 가격보다 15만 원 정도가 더 나왔다. 17만 8천 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진공 작업비랑 외부 안전 작업비까지 명목이 붙으니 결국 25만 8천 원이라는 금액이 찍혔다.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의심이 들었지만, 당장 땀이 뻘뻘 나는 날씨에 에어컨 없이 살 엄두가 나질 않아서 그냥 계좌이체를 해드렸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말투가 조금 껄끄러웠지만, 지금 와서 따져본들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가스 충전과 진공 작업이라는 모호한 영역
기사님이 작업하시면서 에어컨 냉매가 부족하다고 하시길래 별말 없이 충전을 부탁했다. 에어컨 가스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설치 과정에서 배관을 새로 연결하면 필연적으로 빠져나가는 건지, 아니면 그냥 기본 서비스 항목인지 알 길이 없다. 예전에 삼성전자에어컨 설치를 받았을 때는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항목별로 추가 금액을 냈던 기억이 희미하다. 울산이나 다른 지역 커뮤니티 글을 봐도 다들 이런 ‘추가 설치비’ 때문에 고민이 많던데, 나만 겪는 일은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작업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체감 비용
우리 집이 1층이 아니라 3층이라서 사다리차 비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힘이 빠졌다. 배관 정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외기 위치가 외부 앵글에 달려 있다 보니 위험 수당 명목으로 8만 원이 추가되었다. 이게 정말 표준 가격인지, 아니면 그냥 부르는 게 값인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에어컨 설치 기사님들이 작업하시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고 있었는데, 위험해 보이긴 하더라. 무더운 날씨에 좁은 난간에 매달려 계시는 걸 보면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잠시지만, 결과적으로 예산보다 훌쩍 뛰어넘은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한동안은 씁쓸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이번에도 완벽하게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
작업이 다 끝나고 시운전을 하는데 찬바람은 잘 나온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나중에 혹시 가스가 새지는 않을지, 연결 부위가 헐겁지는 않은지 걱정이 남는다. 징둥 같은 곳에서 배송과 설치를 한꺼번에 끝내는 시스템이 홍콩에는 있다던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가전제품 이전 설치가 이렇게 복잡한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 드는 걸까. 다음번에 이사를 가게 된다면 차라리 에어컨을 그냥 팔고 새로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이전 설치비가 거의 기계값의 일부가 될 정도로 비싸니까 말이다. 뭐, 당장은 시원하니 이걸로 만족해야겠다.

사다리차 비용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특히 좁은 난간에서 일하시는 기사님들을 보면 걱정만 커지는 것 같아요.
배관 연결하는 모습 보니까, 전에 집에서 에어컨을 썼을 때가 정말 편했던 것 같아요.
저도 에어컨 옮길 때 비슷한 경험 있어요. 배관 연결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