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작하자마자 쉰내 때문에 에어컨을 그냥 껐다
며칠 전부터 거실에서 나던 그 꿉꿉한 냄새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길래 작년 이후로 처음으로 벽걸이 에어컨을 켰다. 분명히 저번 주까지만 해도 창문 열어두면 괜찮았는데, 에어컨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마자 훅 끼쳐오는 그 쉰내 때문에 바로 다시 전원을 눌러야 했다. 예전에는 그냥 필터만 물로 슥 닦아서 말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다들 분해 청소를 맡기길래 나도 한번 알아볼까 싶어졌다. 사실 내가 사는 안산 쪽에도 업체가 꽤 많은데, 막상 어디가 괜찮은지 고르려고 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후기를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귀찮고, 그냥 대충 아무 데나 불러서 해결하면 될 것 같으면서도 또 막상 돈 들이고 나서 냄새가 그대로면 어떡하나 싶은 묘한 불신이 생긴다.
업체 찾는 것부터가 벌써 일이다
원룸에 사는 친구는 작년에 벽걸이 에어컨 청소를 맡겼는데 10만 원 가까이 썼다고 했다. 나는 삼성 벽걸이 제품을 쓰고 있는데, 검색해보니 대략 8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가 시세인 것 같다. 어떤 곳은 너무 저렴해서 조금 불안하고, 또 비싼 곳은 도대체 뭘 그렇게 특별하게 해준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안산 지역 커뮤니티에 물어볼까 하다가도 괜히 광고성 댓글만 달릴 것 같아서 그냥 혼자 고민하게 된다. 사실 예전에는 그냥 내가 직접 나사를 풀어서 내부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었는데, 플라스틱 고정핀이 부러질 뻔한 경험을 하고 나서는 그냥 전문가를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지금 당장 예약 가능한 곳을 찾는 게 참 쉽지가 않네.
전문가가 와서 분해할 때의 그 민망함
예전에 한번 청소를 맡겼을 때는 기사님이 오셔서 부품을 하나하나 다 뜯어내는데, 내가 평소에 청소를 너무 안 하고 살았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괜히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난다. 곰팡이가 가득 핀 냉각핀을 고압 세척기로 쏴서 시커먼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아, 이걸 지금까지 내 폐로 다 마시고 있었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는다. 이번에도 또 그 시커먼 구정물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기사님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업하시는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방에 들어가 있기도 뭐해서 그냥 주방에서 커피나 타 마시면서 멍하니 기다리게 된다.
분해 조립은 결국 시간 싸움인 것 같다
청소 자체가 오래 걸리는 건지, 아니면 에어컨을 다시 조립하고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로운 건지 모르겠지만 기본 한 시간은 훌쩍 넘긴다. 어떤 분들은 꼼꼼하게 해준다고 칭찬하는데, 나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그냥 빨리 끝내고 시원한 바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작년에 동대문구에 사는 동생네 집에 갔을 때는 캐리어 제품 청소하는데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들었다. 부품 분해하고 세척하고 다시 끼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냄새가 안 난다면 그 정도 수고는 당연히 감수해야겠지만, 막상 청소를 하고 나서도 금방 냄새가 다시 나는 경우도 있다는 후기를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돈 주고 해결하는 게 맞긴 한 걸까
결국 에어컨 세척 비용이라는 게 기사님 인건비랑 장비 사용료라는 건데, 날씨가 더워지면 예약이 밀려서 부르고 싶어도 못 부르는 상황이 온다. 지금도 벌써 5월 말인데, 장마철이 오기 전에 미리 해두는 게 맞겠지. 에어컨 청소는 매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10만 원 가까운 돈이 나가는 게 매번 고민스럽다. 오늘 밤에 다시 한번 안산 근처 업체들 리스트를 좀 정리해봐야겠다. 딱히 어디가 최고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냥 안 하고 쉰내를 맡으며 더위를 참는 것보다는 일단 예약 버튼을 누르는 게 나을 것 같긴 하다. 근데 내일은 비가 온다던데, 비 오는 날 에어컨 청소를 하면 냄새가 더 잘 빠지려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만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