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에어컨을 옮기게 되면서 겪은 골치 아픈 과정
이사 갈 때 에어컨을 챙기는 게 아니었다
작년에 쓰던 벽걸이 에어컨을 이번에 이사하면서 굳이 떼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새로 사는 것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철거를 하고 이삿짐과 함께 옮기는 과정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캐리어 제품이었는데,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이전 설치를 문의했더니 요즘 같은 시즌에는 예약이 꽉 차서 최소 2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사설 업체를 알아봐야 했는데,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공식 서비스 센터를 통하는 게 마음은 편하겠지만, 당장 며칠 뒤면 짐이 들어오는데 날짜가 맞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설치 기사님과의 묘한 신경전
결국 숨고 같은 플랫폼에서 평점이 괜찮아 보이는 기사님을 예약했다. 비용은 기본 설치비 포함해서 15만 원 정도를 불렀는데, 현장에 오셔서 상황을 보더니 배관 길이랑 냉매 충전이 추가되어야 한다며 10만 원을 더 요구했다. 사실 이런 게 참 난감하다. 미리 전화로 견적을 물어볼 때는 어디든 다 비슷하게 대답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배관이 더 필요하네요’, ‘가스가 좀 빠졌네요’라는 말 한마디에 돈이 훅 올라간다. 처음에는 좀 따져볼까 하다가도, 이미 벽에 구멍을 뚫고 기계를 올리는 중이라 그냥 알겠다고 하고 넘어갔다. 기사님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업하시는데 옆에서 자꾸 가격 가지고 실랑이하는 것도 내 성격상 참기 어려웠다.
에어컨 냉매 문제로 다시 고민
설치가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나오긴 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예전만큼 짱짱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기사님은 이제 여름 시작이니까 가스가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고 하시는데,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영업적인 멘트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LG 에어컨을 쓰던 친구는 이전 설치할 때 냉매 충전 비용만 5만 원 정도 줬다던데, 나는 왜 더 많이 낸 것 같지 하는 찝찝함이 남았다. 사실 에어컨 냉매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덜 차가우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답답한 노릇이다.
설치 환경과 소음의 현실
벽걸이 에어컨을 옮겨 달고 나니 방 안 구석에 위치가 좀 애매하게 잡혔다. 이전 집에서는 창문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물 빠지는 호스 처리가 깔끔했는데, 지금 방은 구조상 배관이 방을 가로질러야 해서 벽면이 온통 거뭇한 배관으로 덮였다. 미관상 보기 안 좋은 건 둘째치고, 기계가 돌아갈 때마다 벽을 타고 넘어오는 진동 소리가 생각보다 크다. 예전엔 몰랐는데 이게 설치 상태에 따라 소음이 달라진다는 말을 듣고 나니, 밤마다 돌아가는 실외기 소리가 더 신경 쓰인다.
비용과 시간, 그 사이의 애매함
생각해보면 새로 에어컨을 샀더라면 이런 번거로움도 없었을 것 같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설치까지 연계해서 깔끔하게 해주는데, 굳이 중고 실외기나 이전 설치를 고집해서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비용은 비용대로 나간 기분이다. 물론 20만 원 중반대에 해결한 거니 아주 비싼 건 아니겠지만, 중간중간 들어가는 자잘한 비용들을 합치고 내 마음 고생까지 더하면 과연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다음번에 또 이사를 가야 한다면, 그땐 아마 에어컨을 떼어가는 대신 그냥 두고 가는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무더위가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서둘렀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벽에 배관이 뚫리는 거 보니까, 전에 샀던 에어컨도 만져봐야 하나 싶네요.